영화로 만나는 미술
“영화로 만나는 미술”– 미술주간 특집, 영화 다시보기



25년 역사의 정통 영화 주간지 『씨네21』이 큐레이션한 미술주간 특집 시네마 콘텐츠로,
영화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화로 만나는 미술”–
미술주간 특집, 영화 다시보기



25년 역사의 정통 영화 주간지 『씨네21』이
큐레이션한 미술주간 특집 시네마 콘텐츠로,
영화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추석특집호 게재]
20세기 중후반, 새로운 흐름을 창조한 천재 화가들,
각자의 독특한 기법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네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 폴락(2001), 바스키아(1995),
보테로(2020), 호크니(2014) ]

미술, 영화가 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행사 ‘2020 미술주간’(이하 미술주간)이 9월 24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최된다. 올해 6회째를 맞은 미술주간은 전국 7개 권역 30개 도시에서 진행되며, 300여개 미술관, 화랑,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이 참여해 일상에서 친숙하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올해 미술주간은 ‘당신의 삶이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코로나19 시대에 예술이 주는 치유와 위로의 힘에 주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미술주간 홈페이지(http://artweek.kr)에서는 VR과 ASMR 등을 통해 새롭게 전시를 경험하고, 미술여행 브이로그를 통해 여행을 떠나는 다채로운 온라인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인다. 그중 미술주간과 <씨네21>이 협업한 ‘영화로 만나는 미술’ 코너에서는 영화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폴락> <바스키아> <보테로> <호크니>가 묘사한 20세기 천재 예술가들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폴록과 바스키아,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폴락>

영화 <폴락> 초반, 당시 무명이던 잭슨 폴록의 방에 들어선 화가 리 크래스 너는 단번에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다. 이후 두 사람은 작업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함께하며 유럽으로 이주해 각자의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폴락>은 초현실주의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초기작부터 드리핑 회화까지 폴록 작품의 변화와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영화다. 폴록의 드리핑 회화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아닌, 완성을 위한 과정과 행위에 미적 가치를 둔다. 그러므로 스크린을 통해 폴록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것은 그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연출과 주연을 맡은 배우 에드 해리스는 이 영화를 위해 10여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폴록의 작업 방식을 연구했다고 한다. 때문에 작업을 하는 에드 해리스의 붓놀림은 거침없고 유려하다. 종이의 네 귀퉁이를 돌며 페인트를 뿌리는 폴록과 그의 손을 따라 이어지는 점과 선의 움직임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바스키아 또한 화폭 위로 자유롭게 에너지를 표출한 예술가였다.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뉴욕의 미술관들을 다녔던 바스키아는 레스토랑의 테이블부터 길거리의 벽까지,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캔버스로 여기는 자유구상화가로 거듭난다. 당시 바스키아의 천재성은 피카소의 그것에 견주어지기도 했는데 이를 은유하듯 <바스키아>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관람하던 어린 그에게 빛나는 왕관을 씌워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제 바스키아와 친분이 있던 화가이자 감독인 줄리언 슈나벨이 <바스키아>의 연출을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바스키아의 충동성과 자유분방함이 영화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영화는 단순히 바스키아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유명세에 따른 명과 암, 이를테면 언론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앤디 워홀과의 우정에 대한 세간의 오해까지 함께 조명한다. 바스키아 역의 제프리 라이트는 이러한 날선 공격들이 바스키아와 작품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섬세하게 구현해낸다.

폴록과 바스키아는 각각 알코올중독과 약물중독으로 이른 나이에 아까운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 비극 이전까지, 이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20세기 미술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이다. <폴락>과 <바스키아>는 세대를 막론하고 이 두 예술가의 삶과 예술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는가를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보테로와 호크니, 시대를 가로지르는 대범함

<보테로>

<폴락>과 <바스키아>가 극영화로서 두 예술가의 삶을 재현했다면, 다큐멘터리인 <보테로>와 <호크니>는 현존하는 예술가들의 과거와 현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보테로의 작품들부터 살펴보자. 보테로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풍만한 양감의 작품들은 이미 많은 관객에게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그저 풍부한 색채와 유쾌함 정도로만 읽어낸다면 보테로의 세계를 너무도 얕게 맛본 것일 테다. 영화 <보테로>는 보테로 자신과 그의 가족, 그리고 동료 예술가와 비평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다면적으로 조명한다. 보테로는 유년시절의 굴곡과 그 충격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긴밀하게 연결 짓는다.

<호크니>

가령 콜롬비아 출라비타스 정권 보수진영의 야만적 행위가 어떻게 그의 작품 <바다 앞>에 녹아들었는지 설명하며 말이다. 영화는 <모나리자, 열두 살> <대성당에서의 죽음>과 같은 주요작 외에도 40년 만에 개봉된 그의 습작까지 함께 펼쳐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보테로가 가진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확고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는 2003년,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 있었던 수감자 학대 사건을 토대로 45점의 연작을 제작했다. 영화는 이 연작을 중심으로 그가 과장된 인체 비례를 통해 고착화된 규범을 조롱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과 탄압에 자신의 언어인 예술로서 대응해왔음을 시사한다.

<바스카이>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온 아티스트 중 한명이다. 영국 출신의 팝아티스트인 호크니는 1970년 수영장을 소재로 한 연작과 2인 초상화, 그리고 포토콜라주로 유명세를 얻었다. 다방면에 재능을 보인 그는 회화를 넘어 사진, 판화,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때문에 그는 미술계뿐만 아니라 영화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아온 시대의 아이콘이다. 인기와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었으나 호크니는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늘 끊임없이 탐색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영화 <호크니>는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고있는 그의 도전들에 주목한다. 영화가 선택한 방법은 그의 주요작과 습작들을 꼼꼼히 소개하는 것. 국내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대표작 <더 큰 첨벙>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다소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나 스크린 앞에 펼쳐진 방대한 양의 작업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때문에 지난해 성황리에 마무리된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에 가지 못했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는 호크니가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해 그림과 비디오 영상 작업을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매체를 가리지 않는 그의 도전이 경이롭게 다가오는 동시에, 시대에 발맞춰 작업 스타일을 바꿔가며 스스로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호크니의 영민함 또한 확인 가능한 순간이다. 일생에 걸쳐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그 속에 시대와 문화를 반영해온 두 예술가. 이들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보테로>와 <호크니>는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여성 예술가들이 현대미술을 이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행사 ‘2020 미술주간’이 9월 24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최된다. 올해 6회째를 맞는 미술주간은 전국 7개 권역 30개 도시에서 진행되며, 300여개의 미술관, 화랑,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이 참여해 일상에서 친숙하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올해 미술주간은 ‘당신의 삶이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코로나19 시대에 예술이 주는 치유와 위로의 힘에 주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미술주간 홈페이지(artweek.kr)에서는 VR과 ASMR 등 새로운 콘텐츠가 제공되고, 미술여행 브이로그를 통해 여행을 떠나는 등 다채로운 온라인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인다. 그중 미술주간과 <씨네21>이 협업한 ‘영화로 만나는 미술’ 코너에서는 영화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통해 네 여성 예술가가 포착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감상해보자.

아녜스 바르다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관객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건물의 옆면과 앞면에 사람들의 거대한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기자 JR과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협업한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두 사람은 대형 인쇄 장비를 실은 ‘포토 트럭’을 타고 프랑스 외곽을 누비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이를 인쇄해 건물에 부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폐광촌의 마지막 거주자, 카페의 직원 등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이들의 터전이 작업의 주제이자 전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영화 외에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왔는데, 이번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는 즉흥적으로 대상과 장소를 고르고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건물 벽과 길에 작품을 설치한다는 점에서 거리 미술로서의 성격이 강화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전부 담아낸, 말하자면 한 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을 작품화한 다큐멘터리다. 그는 오랫동안 사진가로 활동한 감독답게 우연을 포착하는 감각, 하나의 이미지에 강력한 메시지와 유머를 담는 특기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나무와 벽돌 등 건물 벽의 물성에 따라 사진에 무늬처럼 새겨지는 요철들은 작품을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

아녜스 바르다가 프랑스를 누비며 작품을 제작한 반면 ‘행위예술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앉아 대상을 응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예술가가 여기 있다> 전시 중 일부다. 영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 는 해당 전시와 더불어 21세기의 대표적인 행위예술가 아브라모비치의 대표작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영화가 그녀의 삶과 작품의 연관성을 세심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영화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다소 난해한 작품들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영화가 주요하게 짚는 것은 아브라모비치와 옛 연인 울라이와의 관계. 이들은 이별까지 작품으로 승화할 정도로 삶 자체가 예술인 행위예술가들이었다. 전시 첫날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울라이가 수십년 만에 마주앉았을 때, 이들 사이를 오가는 감정은 관객에게까지 오롯이 전달된다. 전시의 관람 인원은 총 850만명.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카메라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마주앉은 관객의 교감,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 등 전시의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비추고 기록한다. 영화에서 아녜스 바르다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전시의 장치와 방식만 정해놓은 뒤 남은 부분을 관객과 함께 채워나간다.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는 관객의 삶과 공간, <예술가가 여기 있다>의 퍼포먼스는 관객의 응시가 동반될 때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작업이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과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스크린 너머의 관객까지 그 자리에 참여토록 한다.

애니 리버비츠와 비비언 마이어,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여기, 오직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두명의 사진가가 있다. 먼저 애니 리버비츠는 배우와 가수, 모델 등 전세계 유명인들의 다양한 초상을 기록해온 사진가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 사망하기 5~6시간 전 그와 그의 아내 오노 요코를 촬영한 사진은 잡지 <롤링스톤>의 가장 유명한 표지로 기록됐다. 이후로도 애니 리버비츠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무대 밖의 모습을 촬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동생 바버라 리버비츠는 영화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을 빌미로 평생 카메라 뒤에 존재했던 애니 리버비츠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롤링스톤>에서 <배니티 페어><보그>에 이르기까지 여러 잡지를 거치며 그의 촬영 스타일이 어떻게 진일보했는지, 영화에 담긴 일련의 변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애니 리버비츠 사진의 특징은 컨셉이 분명하고 인물별 서사를 한컷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배우와 모델이 힘들어할 때마다 “고통과 추위는 잠시지만 사진은 영원하다”라고 말하며 최고의 순간을 끌어내는 집요함도 엿볼 수 있다. 수필가이자 비평가였던 수전 손태그와의 관계는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했는데, 손태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간 애니 리버비츠의 활약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반대로 비비언 마이어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란 영화의 제목처럼 보물 찾듯 서서히 발굴된 무명의 사진가다. 감독으로도 참여한 존 말루프는 플리마켓에서 우연히 그녀의 필름을 찾아낸 후 “대체 비비언 마이어가 누구야?”라고 질문하며 그녀가 남긴 흔적을 좇는다. 수백개의 미현상된 필름과 천장까지 닿은 신문, 골동품 상점에서 모아온 작은 물건들까지. 조각조각을 꿰맞춰 그려 본 비비언 마이어의 형상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15만장의 사진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비비언 마이어는 길거리의 우는 아이, 일하는 인부의 모습 등 풍경을 순간 포착하는 데 능했으며 피사체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으나 촬영 때만큼은 인물에게 성큼 다가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토대로 보면, ‘어딜 보든 프레임에 담아서 본다’는 애니 리버비츠의 말은 두 사진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삶과 일에 경계를 두지 않고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것에 평생을 바친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와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끈기와 집요함으로 구축된 이들의 작품 세계를 현미경처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2020 미술주간은 '씨네21'과 함께 합니다.
《씨네 21》 1995년 창간된 한국 최초의 영화 전문 잡지입니다. 올해는 미술주간과 함께, 영화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시네마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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